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개미와 동그라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8-19 19:05 조회수 : 36

개미와 동그라미


개미는 활발하게 움직이다가도 주변에 동그랗게 선을 그려 넣으면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해서 모든 동작을 멈춘다고 한다. 그리고 개미는 그 선을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보다 30배가 큰 물건도 쉽게 들어 올리는 개미지만,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은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미 스스로가 넘어서는 안된다는 한계점으로 설정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재미있는 현상은 개미 뿐만 아니라 사람에서도 발견된다. 자신이 넉넉히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제한을 두면서 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행위는 자신이 할 수 없는 높은 잣대를 세우면서 스스로 개미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을 왜소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자신감을 파괴하게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기죽게 만들면서 꽁무니를 빼고 깊숙이 달아나서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사람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은 환경과 의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이것은 누구나 예외가 없기에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과감하게 도전해서 성공했고,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두 번의 실패로 마음의 문을 닫은 적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런 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사목하면서 많은 일을 성공했고 그 숫자와 비슷했었다. 실패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이 그은 선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실패했던 일을 보석처럼 고이 간직하지 않았으면 한다. 후회가 자꾸 떠오르겠지만, 자책으로 인해서 자기 삶이 잠식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내일의 당신은 오늘보다는 더 성장하길 바래본다. 본디 인생은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럴 때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최고의 훈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선 밖으로 첫발을 내밀다 보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스스로 만든 허상의 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거대한 벽을 두드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제법 똑똑한 개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법 숙련자가 되어도 여전히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이런 내가 밉지 않은 건 세상이 그어놓은 선을 겁 없이 넘어서는 내 무모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선을 내가 그을 때가 왔다. 저 멀리에 시야를 두면서 그곳을 향해 도전하면서 나아가자. 속도는 상관없다.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고 방향만 맞는다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당신의 인생은 의미가 있다. 나도 멀리서 당신의 열정과 결정을 한없이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