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11 20:11 조회수 : 34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이번 주일 복음에서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곤란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30)라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한다. 예수님께서는 차분하게 그 유명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분명하게 대답을 하셨다.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는 길은 갈릴래아 호수로 가는 최단 거리의 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강도들이 자주 출몰하던 지역이다. 그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광야에서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초주검이 되어 길가에 버려졌다. 그냥 두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강도를 만난 사람을 보고도 ‘길 반대쪽으로’ 도망 가버렸다. 이어서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길 반대쪽으로’ 급하게 도망을 가버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상시에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의인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방인들과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유대인들로부터 심하게 멸시받던 사마리아 사람은 그 불쌍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다가가서 포도주로 상처를 소독하고 기름으로 싸매주고는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돌보아 주었다. 평소에 정의와 사랑을 내세웠던 사제와 레위인은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기를 포기했던 반면, 늘 조롱과 무시를 받아왔던 사마리아 사람은 다친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서 그의 진정한 이웃이 되어 준 것이다.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웃의 절대적인 기준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 것이다.


사랑과 이웃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생각과 입으로만 부르짖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자신을 희생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처럼, 지금 바로 이 순간 여기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이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성경의 말씀을 보고 배워서 닮아야 할 하느님 삶의 방식이다. 하느님께서는 고통과 절망 중에 있는 이웃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까이 오신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육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특별한 ‘이웃’이 되어주신 것이다. 그리고 성령강림 이후로는 교회가 7성사들을 통해서 힘겹게 쓰러져 있는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주라고 명하셨다. 이 순간부터 교회는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충실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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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과 예리고를 이어주는 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