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진정한 행복을 찾은 피정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07 20:55 조회수 : 67

진정한 행복을 찾은 피정


인간의 최고 목표 중에 하나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행복을 위해서 노력을 하면서 살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재물을 넉넉히 모아서 부자가 되고 건강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배운 것도 별로 없고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을 정도의 위치나 재물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쉽게 단정한다.  눈으로 측량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들이 행복과 불행을 가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피정을 통해서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그러한 외적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것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30년을 함께 사제 생활하면서 심각하게 아프거나 하늘나라에 간 동료가 없고, 함께 모여서 기도하고 식사를 하면서 신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피정내내 충분히 행복했다. 묵상을 통해서  외적인 조건을 기준삼아 행복을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일의 성경 말씀 중에서 2독서의 갈라티아서 6, 14절의 말씀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행복에 대한 생각도 자기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당에서 신자들과 사제의 위치에 따라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모습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마음과 몸이 주님에게서 떠나있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중요하게 들리지 않고 때로는 귀찮고 시끄러운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들 눈에는 가난하고 굶주리며, 울고 모욕을  당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일 뿐이며, 부유하고 배부르며, 웃고 좋은 말을 듣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행복에 대한 말씀은 낙오자의 자기 위로와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죽 못났으면 가난하고, 무능해서 굶주리고, 얼마나 변변치 못하면 자신의 뜻을 한번 밝히지 못하고 모욕을 당하겠느냐고 손가락질하고 비웃음을 받을 수 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서 행복을 말씀하신 것은 우리를 위로하며 달래거나, 내세의 행복을 약속하면서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제인 나에게 고통을 겪고 있는 백성과 함께 나누고 동참하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수를 외면하고 소수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들에 대해서 경고와 동시에 함께 살 길을 찾으라는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길 원하고 계신다. 당신이 가난하고 굶주리는 이들과 빵을 나누셨듯이, 우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고 따돌림 받은 이를 보듬어 주셨듯이, 사제인 나에게 그렇게 살기를 바라시고 계신다. 당신 스스로 불행한 길을 걸으신 것처럼 사제들도 백성 위에 올라서려 하지 말고 그들과 하나가 되라고 가르치고 계신다. 교회와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던 그 일을 계속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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