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서품성구를 돌아보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06 21:01 조회수 : 72

서품성구를 돌아보면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사제들은 서품을 받기 전에 자신이 성구를 정한다.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성경 안에서 자신의 사목 방향성을 드러내기에 신중하게 정하고, 사제로 사는 동안에 성구대로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나도 서품전에 마태오 복음 10,8절을 성구로 정했고, 사제로 살면서 하느님이 허락하신 대로 받고, 감사하면서 받은 은총을 신자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는 8일 동안의 피정을 마무리하면서 주제를 ‘나는 과연 서품성구를 얼마만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가’로 정해서 하루 종일 묵상을 했다.


나는 예수님이 당부하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제의 본질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나름 열심히 살았다. 실천을 위해서는 내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소명이라고 신학생 시절부터 생각해왔다. 하지만 사제로 살아가면서 그 말씀대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수시로 느꼈다. 사제로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물질이든 인간관계이든 소유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강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늘 주님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스에 ‘크라테스 호 테바이오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경멸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재산을 아테네의 길거리에 버렸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비슷했던 히파르키아와 결혼을 해서 거의 무소유의 삶을 살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마찬가지로 소유는 나눔을 위해서 포기되어야 하고, 그런 행동은 사제이기에 예수를 따르는 삶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이웃 사랑은 소유의 포기와 나눔이라는 행동으로 드러나고 하느님 사랑은 예수님을 뒤따르는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제에게 때로는 재물이 커다란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자발적인 사제적 가난은 나눔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제들의 가난은 재물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마음을 던져 버리고 오직 하느님을 바라보고 의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고향을 떠나서 정처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던 예수님을 뒤따르는 사제의 삶은 인간적인 계획과 준비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기는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물론 어렵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키워나가야 한다. 하느님의 전능하심이 인간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주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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