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품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04 21:43 조회수 : 36
서품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오늘을 한국 사제들의 성인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축일이면서 사제로 서품받은 지 30주년 되는 날이다. 사제 서품 30주년을 맞이 하면서 동료 사제들과 주문진 피정 쎈터에서 함께 모여서 미사하고 기도하고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 나눔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피정하는 동안 나는 어떤 사제인가를 자주 묻고 있다. 사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맨 앞에서 고백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피정을 하면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성인은 그 혹독한 고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옥중 서간에서 그 분의 마음이 잘 나와있다. “천주를 위하여 나는 죽습니다. 바야흐로 영원한 생명이 내게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이 죽은 뒤에 행복해지려면 천주를 믿으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김대건 신부님은 하느님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김대건 신부님은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복음의 말씀을 실천한 분이셨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하느님을 천주로 섬기며 그분이 주실 영원한 생명을 온전히 믿었기에 박해를 주시는 시련까지도 달게 받았다.
김대건 신부님의 열정 가득한 신앙은 우리의 느슨해진 신앙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의 신앙은 현세 중심적인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행복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각자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에 만족한다. 살면서 지친 마음에 위로받고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것은 신앙으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은총이다. 그러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일상의 삶에 매몰되면 영원한 것에 대한 간절함이 약해질 수 있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는 느슨해진 우리의 신앙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김대건 신부님은 온몸이 찢겨나가는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셨다.
믿는 이들 가운데서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고백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는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지고가야 하는 나의 십자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성 김대건 신부님이 살던 시대처럼 순교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이 순간에도 요구하고 계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