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눠 먹을 때가 더 맛있어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30 21:43 조회수 : 52

나눠 먹을 때가 더 맛있어요


피정 첫날을 사제로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늘 그랬지만 요즘도 대림동 성당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 시골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정다운 동네이다. 가끔 신자들이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키운 농산물을 갖고 오시거나 반찬을 만들어 오실 때면 연천에서 텃밭에 채소를 키워서 나누어 먹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농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주변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시간을 내서 울타리를 만들거나 고랑을 파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서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채소들은 심을 때 간격을 유지해서 심지만,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주기 위해서 자주 솎아주어야 한다. 만약 솎아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거나 자라도 열매나 잎이 작아져서 볼품이 없어진다. 고구마나 감자처럼 땅속에서 자라는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통풍을 위해서 수시로 땅을 갈아주지 않으면 뿌리 부분이 썩어서 먹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농산물을 솎아주거나 관리하는 것은 시간이 생각보다 제법 걸리고 특히 빛이 강할 때에는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관리를 한 채소들이 잘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 매일 솎아 낸 상추와 오이를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찾아오는 손님들이나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한 보따리 씩 안겨주면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는 것이지만 나누는 기쁨과 받는 기쁨을 안겨주는 순간이었다. 생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잎을 뜯었던 상추는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풍성하게 자란다. 농약도 치지 않고 인공 비료도 주지 않았지만 약간의 물과 햇빛 그리고 퇴비로 키웠던 신선한 채소가 지금도 생각이 난다. 


만약 밭작물이 것으로 생각해서 바라만 보고 있으면 썩을 것이다. 하지만 나누면 나도 즐겁고 받는 사람에게도 기쁨이 되는 것이다. 그런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나누지 못하고 마냥 끌어안고 있어서 조금씩 낡아가고 부패해 가는 것이 의외로 많다. 지식도 그렇고 재능도 그렇고 때로는 재물도 해당된다. 아낌없이 나눠 주면 어느새 다시 본래 그대로 채워져 있는 것은 상추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고 확신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본래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갑, 곳간은 내가 채우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채워 주신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남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는 일을 쉽게 있게 된다. 그런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성숙한 신앙인이며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