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26 21:28 조회수 : 61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 대축일'이면서 사제성화의 날이다. 각 교구사제들은 오늘 주교좌 성당에 모여서 하루 피정을 한다. 세상의 모든 사제들이 예수님의 귀한 제자들이 되시길 신자분들이 기도해 주었으면 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생각과 행동을 보면 과연 그럴까하는 의심이 간다. 찰라의 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계산을 하면서 비겁할 정도로 자신의 처신을 수시로 바꾼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고 합리화 하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성공을 추구하면서 실패는 두려워한다. 그래서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그리고 주류에 포함되지 못하면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한 것들이 쌓이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절망으로 변한다. 


예수님의 등장은 절망으로 인해서 죽음을 향해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사람의 발걸음을 생명 쪽으로 향하게 ‘구원’의 길을 활짝 여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망상적이거나 자신을 과신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웅덩이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두 귀를 잡아 올려 스스로 몸을 물 밖으로 빼낼 수 없는 것처럼, 절망에서 인간이 스스로 반대쪽으로 돌아갈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인간의 구원’은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성경은 죄의 삶에서 헤매고 있던 인간들이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되어가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성경은 인간의 온갖 죄악과 약점을 적나라하게, 아무런 감정이나 편견없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위대한 사도 바오로처럼 위대한 신앙인들도 이러한 약점을 숨기기는커녕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2,9)라고 신앙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도 바오로가 인간적 약점을 조금도 에누리 없이 소개하고 있는 것은, 그 무슨 노출증에 걸린 심리적 병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권능이 예수님을 통해서 얼마나 깊숙이 인간의 약점과 죄악을 쳐 이기고 구원을 실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소리를 높여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신앙인에게 약점이 오히려 자랑이 되고,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라고 외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신앙의 나라’이며 ‘하느님의 나라’이다. 같은 논리로 자신에 대한 절망을 철저하게 하느님께 의지함으로써 얻는 희망이 한층 더 순수하고 확실해지는 나라, 그것이 ‘믿음의 나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성심’께 의지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