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숙한 인간으로 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25 20:22 조회수 : 64

성숙한 인간으로 살자


사람이나 동물이 잠는 모습은 마치도 죽은 것과 비슷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바치는 성무일도의 끝기도에서 “전능하신 천주여, 무덤에서 편히 쉬신 아드님과 같이 우리도 편히 쉬게 되었으니, 내일도 잠에서 깨어나 부활하신 그분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통상적으로 ‘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비유할 때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취생몽사’라는 말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의 생각과 몸은 잘 때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자유와 의지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술에 취한 사람의 말은 언어로서의 가치를 하락 시킨다’라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말이다. 그래서 엉뚱하거나 황당무계한 말을 하는 사람을 술이나 잠에 취한 인간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한다. 그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인 자유를 누릴 줄 모르고, 자기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각자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감과 성실성을 통해서 개인의 인격과 성숙함을 판단 받는다. 사람들은 개성과 환경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행동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서 인격 성숙도의 기준이 되는 자유와 책임 능력을 놓고 볼 때,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잃게 되는 또 하나의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개인과 군중 안에서 행동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특성 중의 하나가 개인적으로는 인격이 출중한 사람들도 군중 속에 끼어 있을 때 얼마나 자유와 책임 부담 능력을 상실하고 군중 특유의 무책임성과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양식을 보이는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댓글을 험하게 달거나 예비군 훈련을 갔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그런 경우다.  


운동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남녀노소, 성품이 중요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행동이나 표정에 따라서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쪽 구석에서 몇 사람이 급하게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옆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한다. 그래서 그곳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군중이라는 것이, 자유와 책임으로 특징지어지는 인간성과 얼마나 거리가 먼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군중심리를 떠나서 성숙한 인간으로 말하고 행동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