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17 21:11 조회수 : 60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잠을 자다가 일어났는데, 시간을 보니 새벽 3시였다. 대충 씻고 컴퓨터 앞에서 끙끙거렸다. 늘 쓰는 글이지만 주제나 내용이 확실하게 구상이 안되면 하루종일 불안하고 때로는 자면서도 가위가 눌린다. 그런데 이런 불안은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정말이지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문명사회가 여러분야에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면서 불안하게 살고 있다.
아담과 하와의 죄 때문에 생긴 ‘원죄설’이 아니더라도 정신 구조에 어떤 근본적인 고장이 생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엮어갈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지만,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게 되고 때로는 그러한 것들이 현재를 부실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과거와 미래보다는 현재를 단단히 움켜잡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를 했던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은 우리들의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린 시간이 소중한 줄 모르면서 살고 있다. 때로는 미래가 너무 더디게 온다 하여 억지로 앞당기려 들거나, 반대로 과거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하여 그 기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경솔하게도 아직 우리 앞에 오지도 않는 시간에 집착하느라 우리가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놓치고 만다. 또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연연하다가 우리가 잡을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것은 현재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괴로움을 주기 때문에 눈앞에서 치우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우면 감사하기 보다는 놓쳐버릴까 전전긍긍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과거나 미래로 차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삶을 미래에 두고 희망하고 기대할 뿐이다. 현재의 시간에 만족하지 못하고 앞날만 기다리기에 급급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들은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올지도 불분명한 미래 때문에 현실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런 병리적인 현상을 치유하고 과거나 미래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앞에 놓인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이 절대로 필요하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과거에 집착하려는 경향에 억매인 우리들에게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라고 위안의 말씀을 남겨주시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