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우물 안 개구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12 21:37 조회수 : 67

우물 안 개구리


오늘은 금요일이다. 사제는 주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이 바쁘지만, 신자들은 내일부터 쉰다는 셀레임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만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거나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제일 자주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쉬고 노는 것도 좋지만 일에 집중하지 못 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면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내세우기에 바쁘고, 반면에 시간이나 금전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삶이 고달프기에 매사에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둘 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가끔은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서 여유를 가지라고 권고하고 싶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하여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벌레에게 겨울철 눈에 관하여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시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개구리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관하여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경험치가 우물 안의 경험치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이 몸담은 우물의 넉넉함 때문에 우물 밖 세상이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름 한 철만 사는 벌레도 여름만으로도 시간이 넉넉하기에 겨울 눈에 대해서 굳이 궁금해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할 수 있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 첫째는 이미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장차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넉넉하지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이미 할 수 있는 능력에 더해 장차 할 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넉넉하기에 자신을 내세울 뿐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능력이 주는 우쭐함에 빠져서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금요일이 설레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우물만큼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개구리만큼의 설렘을 맛볼 것이다. 마음에 한 계절만큼의 여유가 생긴 사람은 여름만 사는 벌레만큼의 설렘이 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물적 여유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수는 없지만 물적 여유만이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는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데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서로 주고받을 있다. 작은 것이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받는다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형편과 상관없이 도움을 주고 받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꿈꾸고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