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11 21:09 조회수 : 51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의 뜻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스로 돕는 자라고 하늘이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법은 없다. 돕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하늘이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동창 신부가 강론 중에 이런 말을 했다. “하느님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하느님을 나의 하수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대에 어긋난 결과에도 실망하지 않고 설령 실망했다가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사람만이 하느님과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라면 하느님과 흥정하듯이 하는 신앙생활은 올바른 것이 아니고, 자신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신앙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인사대천명’을 실천하는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 하느님의 명을 기다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기다려야 할 명(命)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담하다 보면 술, 게임과 그 밖의 여러 가지에 중독된 가족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인터넷 게임이나 쇼핑에 중독되신 분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는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적어도 인터넷 세상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 그래서 인터넷을 하는 동안에는 너무나도 행복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는 비싼 물건도 사 볼 수도 있어요. 사고 반품을 하면 되니까요.”

말을 듣고 보니 끼니를 거르고 잠도 줄여 가며 게임과 인터넷 쇼핑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현실에서의 삶이 팍팍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고, 있더라도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컴퓨터라는 새로운 세상의 공간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게임과 인생은 닮은 면도 있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게임은 마음에 안들면 초기화하면 되지만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리셋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마음에 안들면 새로운 캐릭터로 바꾸면 그만이다. 하던 게임이 물리면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패했다고 해서 과거를 싹 밀어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과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것이 현실의 삶이다. 현실의 삶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인터넷 세상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렇게 중독의 삶은 점점 심해지고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악순환이 되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