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는 신뢰받는 사람인가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08 21:03 조회수 : 56

나는 신뢰받는 사람인가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인근 중학교에서 강의를 부탁받았다. 대중에게 강의하는 것은 신부에게는 숙명적인 삶이고 이미 여러 본당에서 특강을 많이 했기에 강의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신자들이 아닌 중학생을 상대로 강의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학생들의 앞날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수락을 했고, 내용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최대한으로 신경을 썼다.


강의 내용은 “공부는 노력한다고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게 있다. 그것은 예의 바르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인사를 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스펙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내가 예의바르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세월이 지나도 여러분을 따라다닐 것이다. 여러분이 평판이 좋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으면 훗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여러분을 성공의 삶으로 이끌 것이다.”라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강연이 끝났을 때 학생이 다가와 “신부님하면 무서운 사람인줄 알았는데 친절하고 멋진 분이네요.”라고 말을 걸면서 엄지척을 해주었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억지로 멋져보이려고 하지 않고 진솔한 이야기를 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대체적으로 체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이 체면에 집착하는 이유는 평판 때문이다. 내가 남들에게 잘 보이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성형수술도 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 미용실에서는 멋을 내고,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멋진 옷과 장식품으로 치장한다. 사람들에게  시선을 끄는 것이 성공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은 얼마가지 못한다. 진정으로 사람을 끄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인격이다. 사람의 내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양심은 사람을 정직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고, 양심의 반대말은 욕심이다. 욕심을 비우는 사람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를 위해서 행동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요, 가장 양심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은 신뢰를 받기 어렵다. ‘믿을 신(信)은 사람(人)의 말(言)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는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다. 남을 실망시켰던 일은 생각보다 빨리 잊혀진다. 하지만 자신에게 실망한 사람은 오랫동안 부끄러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운 감정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난치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