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26 20:51 조회수 : 66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학교 졸업 후에 처음 보는 친구도 있어서 어색하게 서로의 근황을 묻는 것도 잠시였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학창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두 녀석이 말다툼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란해졌다. 발단은 ‘어째서 자기 자녀의 결혼식에 오지 않았나’라는 것이었다. 한 친구가 서운함에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하였고 다른 친구는 쩔쩔매고 있었다. 친구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며 자신을 변호하기에 바쁘다가 상대가 너무 심하게 말해서 그런지 순간 화를 내면서 거의 몸싸움 직전까지 갔었다. 친구들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둘 다 잘 아는 사이라서 중재하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나는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고 화를 내던 친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분한 표정으로 세상이 무너져도 무조건 오겠다던 놈이었는데, 당일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서 걱정되어서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고 하면서 차라리 말하지 않았다면 안 기다리고 걱정을 안 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결혼식에 오지 않은 친구는 그 전에 수술을 해서 몸이 살짝 불편한 상태였다. 둘은 가장 친한 친구였고, 친구가 수술했을 때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결혼식에 불참하고는 전화도 일 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말보다 행동을 우선하는 것이 군자가 갖고 있어야 하는 첫번째 덕목이라고 했다.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라는 말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나는 여기에 ‘지행합일’을 덧붙이고 싶다. 지행합일이란 ‘앎과 실천은 합쳐서 하나가 된다’라는 뜻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하나가 될 때 효과가 있다.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이 드물다는 표현이다. 누군가 자신은 효도를 잘 안다고 하려면 반드시 삶에서 효도를 실천해야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단지 이론상으로 효도에 대해 안다면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실천이 없는 화려한 말은 실망을 가져오고 실망이 쌓이면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친구들의 다툼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약속을 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먼저 양해를 얻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다툼으로 인해서 여러 명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