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뒷 물결도 언젠가는 앞 물결이 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22 22:36 조회수 : 60

뒷 물결도 언젠가는 앞 물결이 된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서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도 하지만 상대방을 폄하하는 모습은 싫다. ‘선거철이니 그럴수도 있지’하는 마음을 갖다가도 저건 좀 아닌데 하는 마음도 생긴다. 특히 한 젊은 출마자의 말과 행동이 거슬린다. 우리가 세대 차이를 언급할 때 ‘꼰대’와 ‘라떼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꼰대’란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이 옳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남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되는 일본말이다. ‘나때는 말이지’로 운을 떼는 것이 꼰대들의 공통된 행동 양식이다. 


하지만 이미 ‘꼰대’로 낙인찍힌 기성세대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나는 앞으로 꼰대의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시대와 환경 속에서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새대와 가치의 차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조롱하는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과거의 내가 기피했던 모습으로 남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다.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은 내려놓고, 앞으로 올 세대에게 자신이 기성세대에게 느낀 실망감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을 부탁한다. 이런 고민은 기성세대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것보다 세상을 더 효율적으로 바꿔 나가는 계기가 될수 있다. 


“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니 앞 물결은 모래 여울에 스러지네. 뒷 물결의 좋은 시절은 얼마나 갈 것인가. 눈 깜짝할 새 나도 같은 모양이 되지 않겠는가. 앞 물결이 스러지지 않고 바다로 돌아가면 장차 꺼지지 않고 되살아나 다시 뒷 물결을 이루리.” 

이 시에서 뒷 물결은 젊은 세대를, 앞 물결은 기성 세대를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젊은 세대의 시간도 언젠가 기성세대의 시간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죽어 가는 노인을 보는 것은 도서관을 보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을 대하듯이 한다면,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수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통해서 다양한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만일 누군가의 손에 끌려 억지로 방문했거나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책을 권유 받았다면 도서관에 머무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변화가 빨라지고 앞 물결과 뒷 물결을 구분하기가 모호한 세상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나보다 진화된 존재가 나를 쫓아올 때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현명한 사람은 다가오는 세대를 두려워하여 잘 대우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그들을 무시하고 밀어낸다. 앞 물결이 뒷 물결을 밀어낼 수 없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