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16 20:35 조회수 : 61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한 것은 나의 삶의 지평을 넓힌 계기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은 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불편한 관계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균형을 잡지 못해 혼란스러운 오늘날, 변치 않는 가치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게 된다. 나는 사람이라면 ‘수오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오지심은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할 줄 아는 마음을 일컫는다. 미워한다고 해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미워하고 지적해서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최상위이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 부끄러움을 유발하는지 배움으로써 부끄러움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차상위이다. 부끄러운 일을 겪고 나서 적어도 같은 종류의 부끄러움만을 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차상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을 겪고도 부끄럽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최하위이다. 학교 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최상위나 적어도 차상위의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의 잘못도 미워할 줄 아는 사람은 특별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타인의 믿음을 산다. 남들과 친하게 지내고자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남들이 먼저 다가온다. 이렇다 할 지위나 권력이 없더라도 사람들이 그를 존경한다. 한편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은 알지만 남의 잘못은 미워할 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사람은 반쪽짜리 수오지심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부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배운 것을, 최선을 다해서 실천한다. 스스로를 엄격히 관리하며 잘 살아가는 듯 보이나 온전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는 부족하다. 

반대로 자신의 삶은 신경쓰지 않고 남의 잘못만을 미워한다면 이 역시 불완전한 수오지심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보다는 남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해 보자면 남의 눈의 티끌은 귀신같이 알아채지만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셈이다. 

한편 나의 잘못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남의 잘못도 미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최하위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수오지심의 부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가장 큰 비애는 어떠한 발전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좋은 사람은 뭘 해도 예뻐 보이고 싫은 사람은 뭘 해도 미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마음을 절제해서 남의 잘못을 미워하기 전에 진심으로 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내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만큼 남의 잘못을 미워하고 충언할 수 있다면 오늘날 많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지 않고도 난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타인으로부터 배우고 또 남의 잘못에서 배운다면 누구나 참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삶을 앞장서는 사람들이 참된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