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기도하면서 무엇을 청해야 하나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15 21:09 조회수 : 69

기도하면서 무엇을 청해야 하나요?


신자들로부터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무엇을 청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답하기에 난감하지만, 최대한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해 주려고 노력은 한다. 각자의 신앙 상태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에 갈 일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느님, 제가 명동성당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는 것이 당신의 뜻인지 알려 주세요.”라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무엇이라고 대답해 주실까? “그래, 이 시간엔 길이 막히니 지하철을 타고 가거라”, “지하철은 답답하기도 하고 역에 내려 한참 걷게 되니, 버스를 타고 가거라” 하실까? 아니면, “가는 길에 운동도 할 겸, 걸어가는 것이 어떻겠니?” 말씀하실까?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앉아 기도해도, 하느님께서는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지는 않는다. 어떻게 갈지는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나의 자유에 맡겨 주시고 당신께서는 우리가 목적지까지 잘 다녀오기를 묵묵히 응원하고 계실 뿐이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자잘한 것보다는 큰 면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신다. 그 안에서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들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기에 간섭하지 않으신다. 이는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당신의 뜻 안에서 행복하게, 참되게 살아가기를 바라시는데, 이것이 구원의 시작이다. 그 과정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면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지, 내가 구원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될 삶의 양식이 무엇일지는 우리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들로 보는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는 참 행복, 그래서 현실의 아픔과 고통도 끌어안을 힘을 주는 참 기쁨의 삶을 바라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고통, 어려움은 왜 지켜만 보실까? 정답을 말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고통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다. 인간의 욕심과 죄로부터 유발되는 결과이다. 물론 내 탓 없이 주어지는 고통도 있지만 그러한 고통 역시도 '사회적 죄'라는 죄의 전체적인 구조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할 때에는 우리의 바램도 중요하지만,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기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