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예수님은 변방 출신이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14 21:13 조회수 : 61

예수님은 변방 출신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알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과 깃발을 들고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국운영에 대한 반성을 외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빨갱이, 종북 운운하며 오히려 비난하는 세력들이 있었다. 무슨 전우회, 각종 이익단체, 개신교 연합을 동원한 관제 시위로 맞불을 지르고, 일부 종편 방송들은 기자와 전문가라는 나부랭이를 동원해서 하루 종일 우격다짐으로 떠들어댔다.  


돌아보면 예수님도 유대 지도자들이 보기에는 ‘성전과 하느님을 모독하고 자칭 그리스도라 하며 유대왕을 참칭하고 백성을 선동한 위험 분자’로 규정하고 제거시킬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릴 정도의 위험한 인물이었다. 기득권인 그들의 반응은 한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꼴깝을 떨어도 유분수지, 갈릴래아 변방 촌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경계를 모르고 날뛰다니’라는 마음을 갖고 오히려 예수님께 물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거요?”라는 질문은 자신들이 가진 독점적 권리가 침해 받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은 권한과 권위를 침해받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사회구성체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다. 국제사회의 전쟁과 군사력에는 미국이 주류이고 경제생산과 제조업은 중국이 주류이다. 돈 놓고 돈 먹기 놀음에는 월가의 투기금융 세력이 주류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서울대, 삼성 현대, 경상도가 주류의 축이다. 주류들은 자기 말을 표준어로 생각하기 때문에 방송 해설이나 토론, 인터뷰, 예능에 등장하여 억양이 강한 사투리를 조금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주류가 법과 제도를 결정하면 변방의 비주류들은 그 결정에 따르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예루살렘에서 결정하는 것은 갈릴래아 사람들도 지켜야 하고 용산이나 여의도에서 결정하면 제주도 귤밭 농부는 이유도 모르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 예수님 시대에 성전의 지도자들은 늘상 민중을 위해서보다는 자신들의 패권에 유익하게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이 시장바닥이나 강도들의 소굴처럼 혼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산법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다. 권력은 중앙의 주류가 잡은 대신 영성은 변방의 비주류인 예수님께서 주도권을 갖게 하셨다. 예언자가 주류에서 나올 없고 비주류가 권력을 가질 일도 없다. 하느님의 뜻과 나눔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변방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변방에서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수님께서는 중앙 주류인들 손에 처형되셨지만 부활을 통해서 당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비주류인 우리들이 생각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