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시아와 세리의 기도
며칠 전에 ‘자신을 버린다’라는 주제로 글을 썼더니 몇몇 신자분들이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 주셨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신을 버리라는 이 말씀이 공동체를 위해서 어느 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합리화하는 빌미로 쓰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가 강했던 사회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힘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사회 여기저기에 이러한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절대로 아니다. 자신을 제대로 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희생할 줄 알고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둘째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성찰해야 한다. 성찰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죄스러움을 찾았다면 그대로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신 것은, 자신을 버리기 위해 지금 내 안에 버릴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보고 찾으면 과감하게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버릴 것이 너무나 많기에 주저하고 포기한다면, 이는 나를 불러 주시는 예수님께 집중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자신을 버리는 진정한 모습을 성서 안에서 찾아보면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루카 18,9-14)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 비유의 핵심은 기도하는 두 사람의 차이를 발견하면 된다. 먼저, 언제나 당당한 바리사이가 기도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11-12).
반면에 죄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세리는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13절)라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의 차이는 ‘교만과 겸손’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이는 나 중심-너 중심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바리사이는 기도를 열심히 바치면서 살았지만, 그의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자신을 향하고 있다. 하느님 앞에 자신은 계명을 잘 지켰고, 죄를 짓지 않았기에 하느님께 칭찬을 받고 보상 받기를 바란 것이다. 반면에 세리의 기도는 스스로 죄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용서를 청하면서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본 것이다. 자기 보다는 하느님께 집중하는 기도의 모습을 보이고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되고 하느님이나 타인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고, 어떻게 이기심에서 벗어날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기도가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