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어린이 신앙과 나의 신앙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7 21:01 조회수 : 61

어린이 신앙과 나의 신앙


지난 토요일에 어린이 미사를 집전하였다. 시끄럽고 집중이 되지 않는 미사 시간이지만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의 신앙과 우리들의 신앙을 생각해 보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이는 처음 한동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웃거나 우는 것밖에 없다. 기분이 좋을 땐 생글생글 웃지만,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축축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울어댄다. 그럼, 엄마 아빠가 살펴보고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해 준다. 그런데 이런 아기를 두고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엄마 아빠한테 의지하지만 말고 너도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모든 것을 엄마 아빠에게 청하고 의지해야 한다.


이 아이가 자라면 어떻게 될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면서 어버이날에 커다란 도화지에 카네이션을 그려온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삐뚤빼뚤 글을 적어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드리기도 한다. 그 과정 안에서 자녀로서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을 조금씩 배워 나간다. 그리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하나씩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삶의 대부분을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아이가 더 자라서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면 타인의 간섭을 받기를 싫어하고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점점 커지지만, 여전히 부모님께 많은 것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비로소 독립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게 되면, 그제야 부모님께서 자신을 어떻게 길러 주셨는지 체감하게 되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더 온전히 지니게 된다. 그리고 연로해지는 부모님을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언지를 더 찾게 된다.

이처럼 한 인간의 일생을 생각하면, 부모님께 많은 것을 의존하는 어린아이 시기에서 사랑과 공경의 마음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각각의 시기에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것의 구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 신앙의 모습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다고 해서, 처음부터 완전한 신앙을 지닐 수는 없는 없다. 우리의 믿음도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에서 어른의 신앙으로 성장해야 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신앙의 성숙 정도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놓고 볼 때, 아직 어린아이와 같이 청하기만 하는 기도를 하느님께 드린다면 그것은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우리 신앙이 성장하여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자라날수록, 점점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갈수록 우리 청원 기도의 내용은 자연스레 바뀌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좀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커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