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주님! 로또 1등에 당첨되게 도와주소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5 20:54 조회수 : 31

주님! 로또 1등에 당첨되게 도와주소서


몇몇 신자를 만난 자리에서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에 수험생 기도를 부정적이었던 나는 “성당에서 이러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너무 기복적인 신앙이 아닐까요?”라는 말했다. 그랬더니 자녀를 두신 한 분의 신자께서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마음일 수 있지만 기도하다 보면 하느님께 감사하게 되고, 또 기도가 끝나갈 무렵에는 기복적인 마음보다는 하느님 뜻의 모든 것을 맡겨 드리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기에 진심으로 감사했던 경험이었다”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분은 볼멘소리로 “그런 것을 기복 신앙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데, 어떤 기도는 청해도 되고 어떤 것은 청하면 안 되는 기준이 있나요? 결국 우리 신앙이라는 것이 기복 신앙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씀하셨다. 


헤어진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분들의 말씀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복’이라는 말 자체가 ‘복을 비는 것’을 의미하기에, 우리에게 복을 주시려고 늘 준비하고 계시는 하느님께 청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경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창세 12,2). 또 모세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실 때도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의 억압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그들을 구해내라는 사명을 모세에게 주셨다.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에서 보면, 고통 속에서 자신들을 구해 주시길 청하는 것이 그들이 하느님과 맺은 관계의 첫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도를 온전한 기복 신앙으로 채운다면 그것은 옳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하느님께 어떤 것을 청할 수 있을까? 하느님께 청해도 되는 것과 청하면 안 되는 것 사이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다못해, ‘하느님, 이번에는 꼭 로또 1등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틀리는 것인가?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밝히라면, 로또 1등에 당첨되게 기도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1등이 된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기준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복권을 사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 같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면 복권도 사지 않고 1등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족하게 살기를 원하고 계신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날이 갈수록 성숙해지기를 원하고 계신다. 그래서 이왕이면 성숙한 신앙인답게 우리들의 기도가 질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한 차원 높은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