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기도는 어떻게 해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4 21:24 조회수 : 56

기도는 어떻게 하나요?


‘기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신자로부터 받았다. 기도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또 교리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신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싶지 않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도란 ‘하느님과의 만남’ ‘예수님과의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도에 대해서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라고 말했다. 우정의 나눔이 이루어지려면 둘 사이의 만남이 필요하다. 만남이 있어야 관계가 형성되고, 우정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금 기도는 하느님과의 만남이요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기도 생활을 잘하고 있으신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부분은 자신이 지금 어떤 기도를 하고 있는지, 아침 저녁기도는 잘하고 있는지 또 하루에 묵주기도는 몇 단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만약 기도가 횟수나 시간의 양으로 환산할 수 있는 종류라면, 그것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 쉽게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성체조배나 묵주기도처럼 구체적인 기도를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기도 생활이 부족하다’라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도는 양으로나 보이는 형태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느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기도 생활을 잘하는가?’라는 물음은 ‘하느님을 잘 만나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여전히 ‘아닙니다’라로 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성체조배나 묵주기도, 아침 저녁기도를 매일 바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그가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형식을 따라 이루어지는 좁은 의미의 기도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얼마든지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염경기도나 묵상기도처럼 교회에서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은 필요하다. 기도는 하느님께 시간을 내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떨어져 있어도 온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정작 생각만 하고 그 사람을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도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 정작 만나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기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