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오두막으로 돌아가리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3 21:04 조회수 : 60

오두막으로 돌아가리라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위해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하면 나는 늘 선거는 "최선을 뽑으면 좋지만 없으면 차선을 뽑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정치인 한 사람을 언급하고 싶다. 그 사람의 이름은 '짬렁 스리무앙'으로 태국 정치인이다. 갑자기  태국의 정치인을 언급하는게 이상하겠지만 그는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정직하고 검소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뇌물을 모르는 채식주의자로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않으며 정치를 은퇴하고는 자신이 살았던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살았다. 그는 서민의 마음을 이해한다기보다는 그 자신이 이미 서민이었다. 두 차례의 방콕시장 선거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지금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을 쓰고도 유효 득표율 63.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그는 우편열차의 직원이었던 아버지와 지게 행상을 통해서 생계를 이었던 어머니를 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모두가 훌륭한 분들 이어서 어릴 때부터 바른 품성을 몸에 익혔다. 그는 선거 기간에 "나는 비록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었고 길가에 노는 아이들의 친구였지만 되도록 좋은 생각과 말을 쓰려고 노력했다. 큰 소리로 버릇없이 떠들기는 했어도 악담은 하지 않았고, 천하게 남을 넘겨짚어 말하지 않았다"라고 유세를 반복했다. 

물론 그도 살면서 역시 욕구와 갈등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놀고 공부하였다. 먹을 것이 있기를 바랐고, 마음 맞는 친구와 훌륭한 선생님이 있기를 바랐다. 근사한 칼을 차고 다니는 사관생도가 되고 싶었으며, 좋은 직장을 가지고,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다. 땅과 집 그리고 자동차도 가지고 싶었다."


이러한 꿈을 가진 그가 1985년에 방콕시장에 출마하여 당선되자 스스로 자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방콕시장이 되고 싶어 하는가?" 그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만약 시장을 은퇴하면 나는 어린 시절의 '짬렁'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7뼘의 폭과 12뼘 길이의 내 오두막으로 돌아가 자연과 더불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그리고 계속하여 욕심을 잠재우는 참선을 벗 삼아 살 것이다.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도 명예와 재물에 대한 욕심을 최대한 절제했기에 자신의 분명한 견해와 이상대로 정치를 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가를 항상 되돌아보았다. 그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항상 예의가 반듯했다. 사람을 귀히 여기며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강한 인내의 소유자이면서도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였고 군의 장학금으로 미국에서 공부하여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상원의원, 수상실 비서, 방콕시장을 역임했다. 이런 그는 부인과 동침하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으며, 취침 시에는 널판지 위에서 잘 뿐 아니라 우산을 갖고 다니다가 밤이 늦으면 우산을 펴 그 아래에서 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선거 때마다 다른 후보들은 비정상적이라고 혹독하게 비난하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자기가 할 일은 최선을 다했다. 검소와 친절 그리고 욕심없는 마음이 그가 갖고 있던 절대적인 무기였다. 우리가 새롭게 뽑는 대통령도 서민들을 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마치도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