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성체성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1 21:10 조회수 : 74
부활절과 성체성사
부활절의 전례는 주일에 끝났지만, 교회에서는 부활의 기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성령강림 대축일’까지 무려 7주 동안 부활 시기로 정해서 전례를 지낸다. 대다수 신자는 부활절은 하루라고 생각하지만, 교회에서는 그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부활의 기쁨을 오랫동안 만끽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단연코 미사를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내가 일치되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는 몇백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1264년 독일 신부가 로마로 성지순례를 하던 중에 이탈리아 중부의 볼세나에 있는 크리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미사 중에 성체에 예수님이 계시는 걸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축성한 성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살덩이로 변하고 성작 안에 있던 포도주가 피로 변화되고 있었다. 신부는 놀랐고 급히 볼세나 주교님께 보고하였고, 오랫동안 조사를 거쳐서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이 사건을 공식적인 ‘성체성사의 기적’으로 선포하였다.
미사에 늘 참례하는 신자들 중에서도 '성체 속에 과연 예수님이 살아서 존재하고 계실까?' 하는 의심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의심은 신자뿐만 아니라 독일 신부처럼 대다수의 사제들이 가끔 하곤 한다. 의심하고자 하는 그런 유혹이 떠오를 때마다 신학교 시절 영적 지도를 맡아 주셨던 외국인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신부가 되면 매일 자기 손으로 성체를 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성체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예수님의 몸이요, 살아 있는 빵이라는 것을 믿기만 하면 당신은 훌륭한 사제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성체는 예수님의 몸이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며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이라고 우리는 믿으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의심하는 부족함을 채워주시기 위해서 성체성혈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냐시오 성인도 “약 중의 약이요 참된 불사의 약은 구약과 신약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성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도 친히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산다. 내가 줄 빵은 곧 내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최후의 만찬을 통해서 말씀하셨다. 좀 더 오래 살 수 있는 약이라고 하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도 사 먹는 이들이 많지만 정작 영원히 사는 약, 불사의 약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소홀히 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은 것이 개탄스럽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인 성체를 한순간이라도 의심하는 것은 부끄러운 신앙인의 모습이다. 이번 부활 기간에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만끽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