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세상이 나를 몰라주면 어떠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16 07:04 조회수 : 72

세상이 나를 몰라주면 어떠냐?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했던 인물 중에 묵적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름이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지기는 묵자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송나라와 초나라의 전쟁으로 백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마음 아파하면서 전쟁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묵자에 얽힌 이야기 중에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초나라와 송나라는 서로가 앙숙이었다. 초나라 왕은 공수반이라는 명장을 초빙하여 성을 공격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초나라는 그것을 이용하여 송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났다. 이 소문을 들은 묵자는 열흘 밤낮을 달려가서 초나라 왕을 만나서 전쟁을 단념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묵자는 초나라의 공격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군사와 백성들이 희생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초나라 왕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묵자와 공수반은 모의전쟁을 벌여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공수반은 방어술이 뛰어난 묵자를 이길수 없었다. 패배해서 자존심이 상한 공수반은 초나라 왕에게 묵자를 죽이자고 은근히 제안을 했다. 묵자는 이를 간파하고 자신을 죽여도 소용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제자들 300명이 이미 송나라에서 성들을 지키는 기구들을 갖고 송나라의 성 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비록 자신을 죽여도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있게 말을 했다. 결국 묵자는 송나라를 치려는 초나라의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을 막으려는 묵자의 태도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나라가 침략하려는 계획을 취소했으니 참으로 위대한 일을 한 것이다. 


전쟁을 막은 묵자는 송나라에 도착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비가 내려서 근처에 있는 한 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 하자 문지기는 묵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송나라로 달려가서 전쟁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지기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묵자를 문전박대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공수> 편에 이렇게 글을 맺고 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이제 대통령을 새롭게 뽑는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당선된 다음 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인사검증을 제대로 할 시간 없이 장관을 비롯한 여러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실한 검증과 논공행사로 여기 저기서 잡소리가 들릴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당선자는 “코드인사가 나라를 망친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다. 

진정한 승리자들은 전쟁을 통해서 자신의 승리와 전리품을 챙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묵자처럼 세상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백성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뽑히는 대통령도 그런 묵자와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