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별이 될 만한 별명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14 20:40 조회수 : 74

별이 될 만한 별명


가끔 국민학교나 중학교 동창의 부고 소식을 문자로 전달받는다. 아직은 부모님이나 처가 어르신들의 부고가 대다수이지만 친구들의 죽음 소식도 받는다. 그런 소식을 접하면 ‘나도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고인이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면 함께 지냈던 추억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이름보다는 별명이 훨씬 익숙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지 5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별명이 기억되는 것이 신기하다. 요즘 학교 현장에는 학생들의 인권과 학교 폭력에 관한 법이 강화되면서 별명의 문화가 사라졌다. 예전의 별명들을 보면 대부분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별명에도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했었다. 집이 잘살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아니면 형제 중에 힘이 있는 형이나 오빠가 있으면 별명을 짓기는 하되 부정적인 것으로 부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키가 작으면 '땅콩', 공부를 못하거나 약삭빠르지 못하면 '띨띨이', 그리고 신체의 폄하하는 별명 등 당사자들은 정작 그리 불리기 싫은데 누군가로부터 붙여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명으로 인해서 상처받았을 친구들의 입장을 왜 인식하지 못했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약자들이 겪는 아픔을 서슴없이 별명으로 붙였다는 것이 지금의 시작으로 보면 인권탄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중벌에 해당된다. 물론 당시의 문화로 보면 문제가 없는 것이었지만….

기억해 보면 선생님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붙여준 별명도 있었다. 그 경우도 대부분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던 걸로 기억되는 것을 보면 지금 현직에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경우이다. 한때 아이들을 관리했던 교장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면 식겁할 만한 일이다. 


2006년에 성당의 주일 학생들 20 명과 이탈리아 여행을 적이 있었다. 이탈리아에 유학 중이던 후배 신부들이 가이드를 해주신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떠났다. 로마의 호텔에 머물면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 분이 도와주셨다. 그런데 식당 지배인이 그분을 'Principessa'라고 부르고 있었다. 말은공주라는 말이다. 궁금해서 알아보니 아주머니 이름이 예전 로마시대에 유명한 공주와 이름이 같아서 별명으로공주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별명은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애칭이라고 생각된다. 좋은 애칭으로 불리워지는 사람보다 불러주는 사람의 품격이 배어난다. 인권문제등 여러 이유로 별명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왕 부를 경우가 있다면 평생 별이 만한 멋진 이름으로 지어서 불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당신은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