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의 부탁이 때로는 남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10 21:11 조회수 : 73

나의 부탁이 때로는 남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사람들이 신앙을 갖는 저변에는ᅠ나의 삶이 신의 도움으로 인해서 안정되어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은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어려움의 연속인 게 보통의 삶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인간이 주변의 도움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삶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도 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보다는 돕는 위치에 있고 싶어한다. 자신이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선행을 하게 된다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신학생 시절에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들과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많고 봉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적기에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았다. 식사 시간에 걷지는 못하지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 전신이 마비되어서 누워서 있는 사람에게 식사를 먹여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하나도 이상한 장면이 아니지만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새롭게 느껴진 것이다. 비록 나의 상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을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이다. 그 장면은 사제로 살아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감동으로 남아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고 도움을 주는 것은 건강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비록 약하고 힘없는 사람일지라도 남을 더욱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건강하거나 재물이 넉넉한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늘 도움이 필요하고 스스로는 남을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편견에 의해서 남을 도울 기회를 얻지 못할 뿐이다. 그들에게 남을 도울 기회가 있다면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그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남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사람들과의 사이에 놓여있던 담이 무너질 수도 있다.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남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ᅠ내가 부탁하고 도움을 받는 것도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드는 일 중 하나이다.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는ᅠ모습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