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비교와 중독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09 21:15 조회수 : 68

비교와 중독


산에서 메아리를 멈추게 하고 싶다면 소리를 멈추면 되고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싶다면 자신의 움직임을 멈추면 된다. 남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면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면 된다. 비교라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 결말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남과 비교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해치고 그로 인해서 대인관계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술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언제든지 접할 수 있기에 주변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술로 인해서 가족들이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자신이 술을 먹지 않기에 중독자들을 만나면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곤 한다. 신학생 시절부터 새 사제가 되었을 때까지 성가복지병원에서 봉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알코올 중독자들께 뭐라고 하면 그분들께서 "신부님이 술을 알기는 해요?" 이처럼 상담하면서 당황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은 한다. 암에 걸려야만 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이해하려고는 노력하면 위로는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잘못됐다고 하면 대부분은 다수의 의견이 맞는다. 하지만 사제라면 소수의 의견이라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유는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그들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하는 일이 내 직무이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중독자들은 자신을 불행한 사람으로 여긴다. 술과 약물 중독뿐만 아니라 돈과 명예, 권력과 지식에 집착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집착과 비교는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집착이 각종 정신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우리는 매사 비교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을 '비교병 환자'라고 부른다. 원인은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 있다.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병은 타인을 시샘하고 질투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사람을 시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함은 만병의 근원이며 사람을 좋아하고 선한 일을 즐김은 세상에 제일가는 약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남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매사에ᅠ집착하고 무작정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만약 그러한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나는 이미 천국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