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날이 좋아서 꽃을 구경하러 공원으로 나갔다. 벤치에 앉아서 벚꽃과 산수유를 보고 있는데, 한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안고 공원에 왔다. 아버지는 아이를 잔디에 내려놓더니, 아이의 손을 잡고서 걸음마 연습을 시켰다. 뒤뚱거리며 불안하게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같이 걷기를 여러 번, 그러더니 아이를 혼자 세워두고 몇 걸음 앞에서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
어린아이는 제자리에 선 채 꼼짝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빠의 마음은 아이를 향해 당장 가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빠는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주저하던 아이는 아빠를 향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이내 몸의 균형을 잃고서 넘어졌다. 아빠는 얼른 달려가 아이를 일으켜 주었다. 그러고는 또다시 아이를 세워놓고 몇 걸음 뒤로 가서 다시 팔을 벌렸다. 한번 실패를 한 아이는 더 망설이고 있었고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팔을 벌려서 용기를 주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아이의 걸음마 연습은 계속되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설 때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내가 아이의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아이를 혼자 걷게 하는 게 실패했네요. 아이가 많이 넘어졌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아이가 몇 번 넘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 아이는 여섯 걸음을 혼자서 걸었습니다."
순간 나는 멍해졌다. 나는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이 아빠는 아이가 걸은 숫자를 세고 있었던 것이다. 똑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른 이유는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가 다칠까 봐 넘어지는 것을 중점으로 봤지만, 아빠는 아이가 혼자 걷게 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걸음걸이에 신경을 쓴 것이었다.
사람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도 상대방에 따라서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어떤 이는 상대방의 결점을 중점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장점을 눈여겨보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일을 대하는 자세도 제각각 다르다. 어떤 이는 일 속에서 불평거리를 찾아내는가 하면, 어떤 이는 보람으로 여길만한 부분을 찾아내려고 한다. 아빠가 아이의 발걸음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이왕이면ᅠ사람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ᅠ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