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시간과 기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01 20:30 조회수 : 64

시간과 기회


가끔 아침 시간에 차를 갖고 집을 나서는데 유독 월요일엔 차가 밀리지만,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차가 덜 밀린다. 이러한 현상은 헬스장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월요일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서 운동기구를 사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수요일쯤 되면 사람이 눈에 띄게 줄고 금요일에는 한가롭기까지 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음 자세의 차이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약해진다. 그래서 삶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시간과 사물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들었던 송나라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의 집안은 대대로 솜 빠는 일을 해 왔는데, 겨울에도 찬물로 일을 하다보니 식구들의 손이 자연스럽게 자주 부르텄다. 손에 상처가 생기면 일을 할 수 없기에 이 집안에는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만드는 비법을 개발해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어느 날 나그네 한 사람이 찾아왔다. 이 나그네는 송나라 사람에게 약의 비법을 후한 값을 주고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송나라 사람은 마음이 동해서 가족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는 대대로 솜을 빨았지만 겨우 먹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한 손님이 와서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약을 만드는 기술을 사겠다고 하니 그 비법을 팔자.” 이렇게 나그네는 손이 트지 않는 약의 제조법을 얻게 되었다. 제조법을 판 송나라 사람은 거액을 안겨준 나그네에게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그해 겨울에 오나라와 월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나그네는 손이 트지 않는 약의 비법을 들고 오나라 임금을 찾아갔다. 오나라 임금은 약을 보고는 나그네를 관료로 임명했다. 오나라 군사는 손이 트지 않는 약 덕분에 해전에서 월나라 군사를 크게 물리쳤다. 임금은 나그네의 공로를 치하하며 그에게 오나라 땅의 일부를 영지로 주었다. 하지만 약의 비법을 전해준 송나라 사람은 여전히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발라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 그 가족은 평생 그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반면에 나그네는 비록 큰 돈을 주고 비법을 샀지만, 적절한 때에 그 비법을 잘 사용해서 넓은 땅의 영주가 되었다. 


이 일화를 통해 성공의 비결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는 어떻게 기회를 쓰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시간과 기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과 기회를 누군가는 송나라 사람처럼 쓰고 누군가는 나그네처럼 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잘 쓰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송나라 사람과 나그네의 가장 큰 차이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송나라 사람은 여전히 먹고 사는데 급급했지만, 나그네는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의 자세로 기회를 엿봤던 것이다. 세상을 보는 안목과 마음의 여유는 생각보다 큰 차이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