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풍난이 아름다운 이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27 21:30 조회수 : 59

풍난이 아름다운 이유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의 특징 중의 하나가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지 사람들 가운데는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혼재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사람들에 대해서 적확하게 파악하는 식별력을 갖추고 있다. 하기야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 구경 중에 최고의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사람 구경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부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사람은 혼자만 잘 지내는 사람이 아니고 함께 어울리면서 잘 지내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려면 돈이 들고, 시간도 필요하고 때로는 나와 생각이 다르므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자신의 희생 없이 사람을 사귀고 어울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작은 것을 투자해서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재물이나 시간 등 모든 것들은 세월이 지나면 어디론가 다 떠나가 버릴 것이다. 어차피 없어질 것이라면, 그것을 통해서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보람된 일은 없다. 신앙생활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교회도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 장소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훌륭한 장소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난을 수집하고 키우던 교우로부터 자연산 풍난을 선물 받았다. 난을 수집하고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가 있는 난이 자연산 ‘풍난’이다. 풍난이 인기 있는 이유는 험한 지형과 날씨 속에서 자라고 꽃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해안과 제주도의 바닷가 바위틈에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휘몰아치는 거친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새로운 싹과 꽃을 키워내기 때문에 향도 오랫동안 유지하고 바람을 타고 향이 널리 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기에 세속과 타협하거나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서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풍난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확실하게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온실 속에서 자라난 난처럼,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만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과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보살펴 줄 것을 기다리며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은 절대로 이해 못 하는 것이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결국은 세상에 생명의 꽃을 피우고야 마는 풍난 같은 사람이 맛보는 자신감, 행복과 만족은 절대로 맛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