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비의 소중함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26 20:53 조회수 : 72

비의 소중함


시골에서는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거름과 비료를 밭에 뿌렸거나 곧 뿌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일본이나 중국은 적설량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한반도는 지역에 따라서는 눈이 거의 오지 않은 곳도 있었다. 오더라도 한두 번만 빼고는 적설량이 무척 적었다. 계곡에는 개울물이 말랐고 산은 건조해서 흙먼지 때문에 등산하는 데 불편을 느낄 정도이다. 


전국이 건조해서 그런지 경상도에 산불이 크게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은 바람을 타고 점점 확산이 되고 인명 피해도 적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도 산골에 살면서 제일 걱정거리는 산불이었다. 특히 내가 근무하던 학교 주변에는 캠핑장들이 난립했기에 실화로 인해서 산불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였다. 그래서 캠핑장이 북적이는 휴일에는 어딜 가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늘 학교를 지키곤 했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가뭄에 대해서 참으로 무감각하다. 도시에서는 수도만 틀만 사시사철 물이 철철 넘치니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가뭄으로 인해서 농사가 잘 안되면 채소며 곡식 가격이 오르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농사꾼에게는 꿈속에서라도 논물이 마르면 안 된다고 말이 있다. 예전부터 농사꾼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가물은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라는 했다. 곡식 한 알 속에는 농부의 고통 어린 땀과 수고로움이 가득 담겨 있어서 음식을 대할 때마다 항상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시골에 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메마른 논과 밭, 그보다 더 심각한 산불 현장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과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다. 부디 산불과 가뭄으로 고생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활짝 펴질 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하느님을 향해 기도 한 줌을 바쳐본다.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시골에 살면서, 정말로 고마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뭐든지 당연한 것도 더더군다나 공짜는 없다. 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의 결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나 눈이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배려였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어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목요일에는 전국에 비 예보가 있는데, 개미 눈물만큼이 아니라 산불과 우리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적실 정도로 왔으면 하고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