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의 천둥오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25 21:00 조회수 : 75
도림천의 천둥오리
내가 즐겨 걷는 도림천에는 천둥오리들이 정착해서 살고 있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천에 적응하면서 봄에는 새끼를 낳아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몇 년 동안 지켜보고 있노라면 늘 감동스럽다. 어제는 오리들이 물에서 찬찬히 헤엄을 치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장자>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났다.
"물오리의 다리는 짧다고 길게 이어 주면 근심할 것이다. 학의 다리가 지나치게 길다고 해서 짧게 잘라 주면 슬퍼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이 길면 잘라 주지 않아도 되고 본성이 짧으면 이어 주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냥 있는 대로 인정을 해주면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인정을 해주면 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생긴 것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단점이 될 수는 없다."
동창 신부님이 미사 중에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애꾸눈 나라에 가면 눈이 양쪽에 달린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나는 오리들의 짧은 다리가 보기 싫다고 해서 길게 늘인다거나 혹은 학의 긴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고 해서 짧게 줄이는 것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고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아오진 않았던가 돌아보게 된다.
본성과 개성은 같은 말이며 하느님으로부터 각자가 부여받은 고유의 특성이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개성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들의 개성도 귀하게 존중해주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멋’과 ‘맛’은 같은 의미로 쓰여 왔다. 저마다 다른 본성의 맛이 살아나는 세상은 멋스럽고 풍성하다. 반면 하나의 맛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억지스럽고 무미건조할 것이다. 나는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개성 없이 다수에 묻혀서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이냐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고개를 숙인 채 걷는 사람은 하늘에 찬란하게 펼쳐진 별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멀리 보는 사람은 밝은 별을 볼 수 있다. 이미 정해진 정답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나의 개성을 믿고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어떨까. 눈 앞에 펼쳐진 다양한 해답이 반갑게 손짓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