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참새는 신이 난 것이 아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2-06 17:59 조회수 : 69

참새는 신이 난 것이 아니다


오후 들어서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눈을 보면서 연천 학교에 맞닿고 있는 마차산이 생각이 났다.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고 사람이 관심을 두지 않기에 별로 높은 산 같지 않아보이지만 동두천에서 유명한 소요산보다 1m가 높은 산이다. 학교는 산의 영향으로 구름이 산에 걸쳐지기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참으로 많이 온다. 가끔씩 겨울이면 온 세상을 덮쳐서 당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곤 한다.


눈이 온 세상을 덮은 어느 날 아침이면, 주변이 유난히도 시끄러웠다. 밖을 나가보니 참새들이 신이 나서인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참새 특유의 짖는 소리는 두툼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깊은 겨울잠에 빠진 것처럼 천지가 조용한데 뭘 그리 신이 났는지 참새 떼만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시끄러웠다.

나는 속으로 ‘눈이 와서 전부 고요한데, 참새 너희들만 신이 났구나.’라면서 꾸중하듯 참새 떼에게 마음속으로 한마디를 하고 돌아서는데, 순간적으로 언젠가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에서 본 것이 생각이 났다. 참새들이 눈이 왔을 때 시끄러운 이유가 있었다. 나는 다시 되돌아서서 참새 떼에게 용서를 빌고 말았다. 참새들은 신이 나서 왔다 갔다 한 것이 아니라, 폭설이 내려 모든 것이 눈에 파묻히자 먹을 걸 잃어버린 참새들이 먹을 것을 찾느라 야단이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먹을 찾는 참새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자신이 순간 부끄러웠다. 참새를 쉽게 판단했던 오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하게 저지르는 판단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알지도 못하고, 때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것이 생각이 진리인 것처럼 판단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다 보니 무심할 때가 많고 자신도 모르는 남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 것이다. 속의 참새 떼는 분명 신이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내리는 눈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최소화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