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2-06 06:20 조회수 : 88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요?


평생 시골에서 살던 친구가 서울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올라왔다. 시골에 살던 친구에게는 도시의 차량 소음과 분주하게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는 소리, 도시의 혼란스러움은 정신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친구와 함께 복잡한 거리를 걷던 시골 친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친구에게 물었다. 

"잠깐만 자네도 저 소리가 들리는가?"

시골 친구는 도시 친구를 바라보면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고 하였다. 그러자 도시 친구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아마 잘못 들었을 걸세, 이 도시에 무슨 귀뚜라미가 있겠는가? 혹시 있더라도 그 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나?"


시골 친구는 소리가 나던 쪽으로 다가가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귀를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몇 발짝을 걸어가더니 어떤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 하나를 뒤집었다. 바로 그곳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시 친구가 말했다. "자네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은 게 매우 신기하네, 역시 시골에 살아서 도시에 사는 우리보다는 귀가 훨씬 밝은가 보군."하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러자 시골 친구는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도로 위에 던졌다. 쨍그랑하고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시골 친구가 동전을 집어 들으면서 말했다. "자네도 시끄러운 도심 안에서는 500원짜리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거야.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이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그곳을 돌아보았네. 반면에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귀뚜라미 소리를 들은 것은 나밖에 없었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내가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귀가 밝아서가 아니라,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쪽은 훨씬 더 잘 듣게 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쪽의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아기를 낳고 키워본 엄마들이 공감하는 것이 있다. 아기를 재운 다른 일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가도 아기가 우는 소리를 다른 사람보다는 분명히 알아듣는다. 신기할 정도로 다른 사람에게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아도 아기 엄마는 세상 어떤 소리보다도 아기의 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내가 듣는 소리가 관심의 산물이라면 나는 어떤 소리를 귀담아듣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엄마에게 아이가 최대 관심사인 것처럼 나는 무엇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이왕이면 신자들도 도시 한복판에서 동전 소리보다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던 시골 친구처럼 세상의 것보다는 하느님이 주신 것에 관한 관심을 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