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당신의 빚은 얼마나 됩니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1-24 16:46 조회수 : 28

남에게 빌린 것을 되돌려 주지 않았을 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떼어 먹었을 때 이것은 분명 죄가 된다. 물론 빌려 준 사람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언질이 있었다면 그 경우는 예외가 될 것이다. 


예전에 두봉 주교님이 쓰신 책에서 본 내용이 기억이 났다. 

예전에 어느 시골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남 다른데가 있어 자신이 행한 일이나 당한 일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여 장부에 기록했다. 이를테면 이웃 집에서 연장을 빌렸을 때 웃는 낯으로 주인이 연장을 빌려줬다면 그는 “이것은 3천원 가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자기가 갖고 있는 회개 장부 차입란에 3천원이라고 적는다. 또 자기가 누구의 집을 찾는데 어느 친절한 사람이 할 일을 제쳐두고 집을 안내해 줬을 때 그는 그 일을 8천원이라고 차입란에 기록해 두고는, 이와 같이 남한테 받은 은혜는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꿔 온 빛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차입란에 기재되는 돈이 점점 늘자 이제는 이 돈을 갚을 궁리를 한 끝에 자신도 착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남에게서 받은 은혜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한 선행이나 친절을 베푼 일은 돈으로 환산하여 장부 대출란에 기입했다. 그러나 아무리 선행을 해도 차입란에 적힌 숫자가 많을 뿐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든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그 짐을 들어다 줬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에게는 음식과 옷을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열심히 선행을 하다보니 어떤 때는 차입란보다 대출란의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됐다. 이럴 때는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자기로부터는 친절을 받은 사람이 찾아와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는 자기가 행한 선행이 이미 보상받은 셈이 되기 때문에 자기가 행한 선행이 상쇄되어 버린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 제발 자기를 찾아와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두봉 주교님은 이 이야기 말미에 어려운 사람에게 베푼다는 것은 남에게서 받은 것을 되갚아 주는 것이며 이것이 곧 보람있는 삶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남한테 받은 은혜는 하느님에게 되돌려 드려야하는 빚이다. 그렇다면 나는 하느님으로부터의 빚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