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 안드레아와 예수님의 만남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10 21:27 조회수 : 69

성 안드레아와  예수님의 만남


만남의 방 한 켠에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2023년 대림 첫주일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내가 첫 번째로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청구성당에 오셔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다. 이미 은퇴하시고 조용히 혜화동에서 살고 계셨는데, 우리 본당의 사정이 딱하다는 이야길 듣고 찾아오신 것이다. 함께 미사를 봉헌해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추기경님께서는 노래를 신자들에게 2곡이나 불러주셨다. 그때 한 곡이 '만남'이라는 노래였다. 음정과 박자가 제대로 맞지는 않으셨지만, 가사만큼은 정확하게 전달해 주셨다. 그 후 '만남'이라는 노래는 한동안 나의 애창곡이 되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로 남아 있다. 


'만남' 그것은 하나의 신비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만남'을 체험하며 사는 우리가 아닌가. 인간 여정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만나든지 간에 만남의 여정 속에 있기 마련이다. 나와 너의 만남 혹은 나와 그것의 만남, 그리고 신앙인들에겐 나와 그분의 만남 등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계속되는 만남, 그 만남을 통하여 인간은 기뻐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감격하며 사랑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누구를 만났는가에 따라 자신의 직업과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빙점>이란 소설로 공전의 히트를 한 베스트 작가인 미우라 아야코는 회개한다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고백한 글을 모아서 <길은 여기에>라는 책을 발행해서 수백만 부의 판매 기록했다. 그녀에게 복음의 씨앗을 던져 주었던 만남의 대상은 폐병 환자였던 어릴 적 친구 '마에가와 다다시'였다. 중세의 글라라 성녀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남으로써,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진리의 눈을 뜨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주름투성인 번데기가 봄을 만나서 나비가 되듯, 우리들도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서 기쁨과 사랑이 솟구치는 삶으로 승화될 수 있다. 간혹 잘못된 만남은 만남을 가꾸고 승화시키지 못한 것일 뿐 만남의 본질은 기쁨과 평화, 희망과 사랑, 구원과 우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만남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가장 값있고 소중한 만남은 어떤 것인가?, 돈과 만남인가?, 명예와 권력의 만남인가?, 모든 만남이 소중한 것이지만 신앙인으로 가장 소중한 만남은 예수님과의 만남일 것이다. 복음에서ᅠ세례자ᅠ요한의 제자였던 안드레아가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없는 만남을 가졌을 안드레아는 예수를 만남으로써 진정한 메시아를 만났고 그 기쁨으로 소리를 치면서 외친 것이다. 예수님의 만남을 통해서 안드레아는 기쁨과 희망, 자신감과 용기를 비로소 갖게 되었고, 그것이 너무 벅차서 자기 형 베드로를 예수님과의 만남에 초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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