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세리와 바리사이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09 21:39 조회수 : 57

세리와 바리사이파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과 바리사이파 사이에는 긴장 관계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복음에서 바리사이파는 윤리적 종교적으로 대단히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로 기록되어 있다. 차라리 그들이 하느님에 대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예수님이 그토록 싫어하고 미워했던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열심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는 유대인 모두가 죄인이라고 낙인을 찍은 세리를 의로운 자라고 선언하셨다. 그에 대한 답은 루가복음 18,9-14에서 얻을 수 있다. 바리사이파가 미움을 받았던 것은 자신이 열심히 살았던 것에 대한 교만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강자는 교만하기 쉽고 약자는 비굴하기 쉽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이 패권을 가져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맹신하고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기득권 안에서 살려고 나라가 망가져도 자신이 누렸던 특혜를 전혀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매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팔아먹었던 자들은 대부분이 양반으로 불리던 기득권층이요, 나라를 구국하려고 분연히 일어났던 사람은 농민이나 사회에서 소외당하였던 사람들이 오히려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의도가 절대 옳은 진리로 여기고 자신의 판단으로 하느님의 심판까지 대신해 버린다. 이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가 그와 같은 태도 때문에 하느님을 찾으면서, 정작 하느님의 아들을 죽였던 어리석은 범죄를 범한 것이다. 그 내면에는 자신이 늘 심판자로 군림했기에 하느님이 보내주신 메시아를 처형시키고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몰랐던 것이다. 

하늘나라를 꿈꾸는 우리는 부와 권력과 명예를 지나치게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잘못하면 구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오히려 죄를 하느님 앞에 드러내고 치유받고자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청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죄는 영혼을 병들게하지만 나에게 원죄가 있음을 깨닫는다면  죄의식은 하느님의 자비와 축복을 받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죄는 하느님을 바라보게 해주는 조명이다. 


바리사이처럼 잘나갈 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을 해야 한다. 우리는 성체조배나 신심단체를 통해서 신앙에 맛을 들일 때 오히려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기도하는 시간이 기쁘고 행복을 느낄 때 타인의 신앙생활이 자신의 옛날처럼 부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때야말로 교만의 악령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을 때 오히려 겸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만심의 악령이 선으로 위장해서 박수로 축하하면서 교만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하느님 앞에 죄인라는 자각은 잊지 말아야 하고 교만함 때문에 바리사이파처럼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