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즐거워야 비로소 잘 기억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08 21:39 조회수 : 65

즐거워야 잘 기억한다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제의방에 들어가면 복사들이 있다. 나는 복사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 그들의 학습과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간단한 조언을 해주면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당부한다. 난 누구에게 책을 권할 때 반드시 탈무드를 그 목록 안에 넣는다. 탈무드는 비유가 명확하고 무엇보다도 짧아서 읽기가 편하다. 그런데 짧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교훈은 대단한 것들이 많다. 탈무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주제와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또한 반대로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한 논리로 해답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을 정답이라고 확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탈무드를 읽는다는 것은 그림으로 친다면 캔퍼스를 물감으로 가득채운 서양화보다는 여백의 공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오히려 채워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양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르고 해결하는 방법 역시 다양한 만큼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을 되도록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를 읽는 목적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해석을 공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탈무드는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갖고 읽어야 한다. 때론 매우 혼란스러운 관점이 제시되기에 더 많은 의구심을 가져오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각자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우리는 ‘정답 맞히기’에 모든 교육의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학습 방법에서 정답보다는 사고력을 통한 다양한 시각과 해답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답과 해답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정답은 하나이지만, 해답은 각자가 풀어낸 답이기에 매우 다양하다. 정답은 맞음과 틀림 밖에 없지만, 해답에는 최선책과 차선책을 비롯해서 다양하게 있다. 

우리의 교육은 내용은 전혀 몰라도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서 과학의 경우, 우리는 과학의 결과만을 중시해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의 원리나 이론이 무시되기도 한다. 우리 교육의 대부분은 시험에서 성적을 잘내거나 합격이 목표이기에 정답을 찾는데 특화가 되어 있다. 그런 탓에 시험만 보고 나면 그동안 공부한 지식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시험 때가 되면 그 지식을 다시 채우는 학습을 반복한다. 


탈무드에 나오는 어느 현자는공부가 즐거워야 비로소 기억한다라고 말했고, ‘기억과 망각의 곡선 발표한 독일 심리학자인 에빙하우스도인간은 기억한 것의 50퍼센트를 불과 1시간 이내에 잊어버리고, 하루에는 70퍼센트, 1개월 뒤에는 거의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라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자신이 재미를 느껴서 관심을 갖고 즐겁게 배운 것은 대부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대충 30퍼센트는 남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험에서 정답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가장 우선시하다보니 공부해도 즐겁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이유를 시험에 목표를 두지말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알아야만 목표를 설정하고 없이 달려가는데 열중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