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욕망
2021년 소천하신 채현국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다. 흥국탄광의 창립자이시면서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효암중고등학교를 설립하신 분이다.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어서 적어본다. “사람이 되려면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지 마라. 재산은 세상의 것이니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다. 급료의 노예로 살지 마라!”
한때는 국내 소득세 납부액이 2위로 삼성, 현대의 창립자 보다도 부자였다. 그러나 재산을 광부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시골에 학교를 설립하시고 이사장으로 사시다가 코로나 시기에 돌아가셨는데, 생각해 보면 그분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셨다.
나의 사제 생활과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면 온통 자기 자랑이었다. 교우들께 아는 척 강론하고 글을 쓰고 말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아쉬운 일은 내가 말하고 글 쓴 것의 절반 정도만 실천하고 살았더라도 성인품을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사제 생활을 성찰할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것은 왜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가?하는 마음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은 ‘본성과 이성’의 대결로 압축된다. 그런데 이상과 정신과 윤리적인 삶은 본성에 의해서 판판해 깨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성적 욕구로 생존하는데, 그것이 사회적 관계에서 소유욕 지배욕 명예욕에 의해서 지배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서 삶의 고통과 번뇌가 거기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그러한 본능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성과 윤리적인 삶은 지속적으로 흐트러지게 된다.”
성경에서 “아버지께서 완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복음의 ‘완전한 사람’이란 ‘권력, 명예, 재물’을 다루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욕망을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느냐가 완전함의 기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된다.
나는 예수님 생애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압축하라면 두 가지 장면을 떠올린다. ‘광야의 유혹’과 ‘빌라도 재판’이다. 전자는 말 한마디만 잘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후자는 죽음을 피하고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순간이지만 예수님께서는 타협하지 않으셨다.
신성을 지녔지만 인간의 한계를 체험하신 분, 기적을 보여주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유혹을 물리치는 것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십자가와 광야의 유혹’, 예수의 이 고유성이 복음에서 삭제된다면 하느님의 육화는 불완전성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공자께서는 일일삼성(一日三省)하라고 권고하셨다. 신앙생활에 기초인 양심성찰이 있는데, 결국 삼대 욕망의 뿌리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면 우리의 신앙생활이 결코 올바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올해 대림시기에는 실질적 목표를 정하고 이성과 양심이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서 훼손되는 일은 없는지를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