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용서해주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27 21:48 조회수 : 90
진심으로 용서해주기
살다 보면 모든 사람들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사람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서로간의 마찰이나 다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사과를 할 일도 받을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가령 혼잡한 인파 속을 지나가다 반대편 사람과 부딪히는 일처럼 고의가 아닌 가벼운 실수라면 사과받는 이도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정신적, 물리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거나 악의적으로 곤란한 문제를 일으켰다면 진지하게 그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그 반대 상황으로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었으면 나도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때 사과를 하는 태도가 정말로 중요하다. 마치 선심 쓰듯이 사과를 하거나 상대방이 느끼기에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몇 년전에 어느 귀하신 분이 개사과를 사진으로 올리면서 하는 행위는 진정성이 없어 보였고 대중들에게는 조롱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상대방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흘러나와 내 귀에 닿기까지 단 몇 초, 단 몇 마다에 불과하더라도 사과받는 사람은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금방 판단할 수 있다. 사과란 진정성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우리가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때는 나의 감정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친구와의 다툼이 생기면 갈등을 중재하는 이는 대부분 어른들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싸움을 애들의 귀여운 다툼 정도로 치부해서 중재를 할 때 한쪽이 “미안해”라고 말하면 다른 한쪽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형식으로 끝을 맺게 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풀린 것이 하나도 없어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이번 다툼은 지난번보다 더 커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런 방식의 해결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툼의 원인을 양측으로 들어보고 시시비비를 판별해주면서 잘못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주도록 교육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없이 억지로하는 사과는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이유는 지금의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사과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예수님께서 ‘상대방이 용서를 청하면 7번씩 70번이라도 용서를 해주라’는 말과 정면으로 대치가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꼭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진정성’이다. 사과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해왔을 때 진심을 갖고 베푸는 것이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지도 않고 있은데 내가 무조건 용서를 해주는 것이 맞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사과를 받지않는 것이 차라리 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상대방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해오면 반드시 용서를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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