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메이저와 마이너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19 22:07 조회수 : 49

메이저와 마이너


하느님을 처음으로 만난 시기와 장소는 논산 훈련병 시절이었다.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하는 주일 종교행사에서 우연히 간 곳이 성당이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얼렁뚱땅 세례를 받았다. 집안에 성직자는 커녕 수도자 한 명 없고 군대에서 신앙을 가졌기에 교리 지식도 늘 부족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고는 열심한 신앙심만 있었다. 군생활 동안 주일에 성당을 빠진 횟수도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제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열심히 성당에 다녔다. 군을 제대하고 청년활동을 하던 시절에도 지방에 갔다가 미사 시간에 맞추질 못해서 한 번 빠진 것이 유일했다.

 

성당활동은 열심히 했지만 교리지식은 전무했고, 그 열등감은 신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한 동안 지속되었다. 나의 신앙의 삶을 되돌아보면 메이저가 아니라 늘 마이너였다. 신학생 시절에도 난 마이너였고, 신부가 되어서도 마이너 생활의 연속이었다. 사제로 살면서 속이 상해도 마음을 놓고 상의할 집안의 어른이 없었다. 동창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속으로 삭혔다. 나는 마이너 소리를 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 살았다. 닥치는대로 책도 읽고 기도도 하고 신앙 강좌에도 열심히 듣고 배웠다. 그것은 마이너를 벗어나서 메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로 아니었다. 나보고 메이저가 되라면, 그것도 싫었다.


메이저든 마이너든 각자 본분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메이저가 할 일을 마이너가 더 잘하는 경우도, 마이너가 할 일을 메이저가 잘하는 경우도 수없이 봐왔다. 학벌이 훌륭했지만 능력이 학벌에 훨씬 못미친 경우도 보았고, 지방대학 출신이지만 너무나도 탁월한 능력으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던 사람들도 만났다. 난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맡은 직무를 잘하고 싶다. 그렇게 앞만 보고 주님만 보고 열심히 달려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나의 사제로서의 삶 자체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메이저와 마이너 차이를 인품이나 능력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출신이나 학벌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경제에서는 자본의 차이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은 금방 모을 있지만, 사람과 사랑과 경험은 그냥 모이지 않는다. 메이저도 과거엔 마이너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마이너들에게 박수를 힘차게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