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언젠가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18 22:09 조회수 : 65

‘언젠가는’


현대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그림 중에 하나가 반 고흐 작품이다. 그는 죽기 전까지 작품 800점 이상을 그렸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팔린 작품은 정작 단 한 점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늘 곤궁했고 작품 활동을 위해서는 동생 테오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데 동생은 형에게 돈을 보내주면서 언제나 “형님의 작품은  언젠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편지를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언젠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었던 동생이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어려움 때문에 시도해보지 않고 시작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도전하기 전에 걱정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일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나 정해진 답을 찾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렇지만 도전하는 과정 안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경험의 가치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는 걱정은 대부분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고, 그리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작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원하던 길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세상을 변화시킨 놀랄만한 발명품도 처음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로 탄생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다. 걱정은 또다른 걱정을 몰고 온다. 인생사라는 것이 불안과 의심과 초조의 삶의 연속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불안함과 의심들은 무작정 저질러 보는 용기 앞에선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때로는 줄줄이 걱정에 묶이는 것보다 무작정 저질러보는 게 답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반 고흐라는 위대한 화가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또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했다. 다만 그는 꾸준하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고, 그를 믿어주는 동생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을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고, 불안하지만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갔던 것이다. 

누구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을 할테고, 불안을 마주하며 걱정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지나친 고민과 걱정에 잠식되지 않고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도전하고 난 후에 설령 약간의 잘못을 발견하더라도, 묵묵히 꾸준히 나아갈 자신이 있으면 눈을 질끈 감고 지속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