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용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17 22:48 조회수 : 110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용기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상황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철학자 칸트가 제시한 ‘이성의 공적 사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성의 공적 사용'은 자신의 조직에서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제 양심상 이런 일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비양심적인 지시를 거부합니다.”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철학자인 칸트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이성의 공적 사용이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은 ‘이성의 공적 사용’ 은 현대 사회에서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가 안보국 직원으로 일하다가 국가 안보국이 은밀히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음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호주의 언론인으로 ‘위키리스크’를 만들어 미국의 국가기밀을 포함한 여러 비리를 폭로한 줄리언 어산지 등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공권력은 우리 모두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서 인권이 유린되고,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해서만 권력이 남용된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은 공조직에 들어가는 것을 출세로 여기고 조직을 배신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려서 부터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서 그 어렵다는 고시에 합격하고 고위 공직자나 판검사로 임용이 되었지만 공명심 보다는 사적인 욕심과 출세욕에 불타서 부당한 지시를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훗날 치욕적인 역사의 기록되어서 두고두고 회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보다는 양심을 저버리고 권력자에게 빌붙어서 사는 모습 속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고 출세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한 삶이 아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영화 ‘밀정’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친일했던 경찰에게 해방이 된 후에 독립군이었던 사람이 왜 그랬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의 답변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망할 줄 몰랐고,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라는 대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교훈이 크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주님 밖에 없다는 것을 늘 되새김질 하면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욱더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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