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포르투갈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유럽 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베리아반도에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와 접하고 아프리카 대륙과는 마주 보고 있고 땅이 기름지고 농사가 잘되어서 예로부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두 국가는 예전부터 동방과 서방이 그리스, 페니키아, 로마, 아프리카와 교류가 활발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무슬림,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인종과 종교들이 유입이 되어서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많은 정복을 당하였으나 오히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스페인 내부에 융합하여 오늘과 같은 생명력이 넘치는 국가를 이루었다. 스페인은 ‘축구의 나라’ ‘태양의 나라’ ‘투우의 나라’ 등으로 정열적인 국민성을 가진 플라멩코의 나라이다. 스페인은 근세 초기에는 세계 최강의 해상 제국을 바탕으로 전 유럽과 신대륙을 점령해서 ‘스페인의 영토는 해가 지는 일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했었다. 비록 영국에 의해서 해상 문화의 패권을 넘겨주면서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는 했지만 스페인은 유럽 여느 나라 못지않게 가톨릭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가톨릭 문화 예술의 보고이다. 그리고 뛰어난 영성가들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수회의 창시자 로욜라의 이냐시오와 십자가 성 요한,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처럼 교회가 어려웠을 때 교회 개혁에 앞장섰던 성인 성녀들을 다수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세 이래로 세계의 3대 성지는 예루살렘과 로마 교황청, 그리고 야고보 성인이 묻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꼽는다. 예전부터 그리스도 신자들의 의무 중의 하나가 성지순례였다. 그래서 중세시대 이전부터 많은 신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의 후유증으로 예루살렘의 성지가 막히면서 대체지로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주목받았고, 왕이나 귀족은 말이나 마차를 타고 평민들은 걸어서 자신의 신앙심을 입증했다. 그 전통이 이어져서 전세계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사람들도 유럽 각지에서 피렌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서북쪽 대서양 연안의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순례 코스로 연인원 8,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보로 순례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보순례의 목적이 자신의 신앙심을 하느님께 보여주는 것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앙 자체보다는 자신의 스펙 중에 하나로 생각해서 걷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 성지순례에서 가장 꽃은 주님 안에서 잠시 머무는 ‘미사’다. 걷기 전에 미사를 통해서 하루 순례의 길을 다짐하고 어제 무탈하게 걸을 수 있었음을 감사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록 걷지는 않았지만 걷는 마음으로 순례했었고, 무엇보다도 성모님의 발현지나 기적지를 돌아보면서 나의 신앙에 대해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내일부터는 그동안 순례를 했던 장소를 중심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