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과 소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05 05:00 조회수 : 85
까치집과 소털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서 가을을 완연하게 느끼고 있다. 나무들은 아직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지만 곧 잎새들은 노랗게 붉게 물들고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성당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에 작년에는 까치가 집을 짓고 살았는데, 올해는 까지보기가 쉽지가 않다. 시골에서는 도시보다는 정전이 되는 확률이 높다. 원인은 전봇대에 집을 짓는 까치의 때문이다. 변압기 주변에 집을 짓다보니 합선이 되어서 정전이 발생한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가끔씩 한전에서 전봇대의 까치집을 제거한다. 그런데 제거된 까치집을 보면 신기한게 많다.
까치는 날씨가 좋은 날보다는 바람이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 아마도 날씨가 안좋고 바람이 불 때 집을 지어야 더 든든하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겉은 멀쩡하지만 바람이 불어서 집이 허물어지면 귀한 새끼들이 죽게 될 것 같으니 지을 때부터 바람이 불더라도 버틸 수 있도록 본능적으로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는 당장이 이익에 눈일 멀어서 부적합한 자재와 엉성한 시공을 한탓에 부실한 건물을 짓는 인간들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봇대에서 철거한 까치집을 보면 신기한게 많다. 나뭇가지부터 작은 돌과 진흙도 있다. 가지와 흙을 섞으면 더 튼튼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털이 가끔씩 나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털은 대부분 소털이다. 시골 학교에서 근무할 때 젖소를 키우는 교우분이 까치가 소등에 앉아 털을 뽑아간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이 났다. 내가 의심하는 표정을 하자 목장의 주인이 하는 말이 아무 때나 오는게 아니라 신기하게도 털을 가는 시기쯤에 날라온다는 것이다. 마침 털갈이를 하는 시기라서 소도 까치가 털을 뽑아가도 가만히 있는다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자연은 서로를 도우며,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털갈이 하는 시기에 묵은 털쯤이야 얼마든지 까치에게 내주는 소의 마음이 놀랍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 대충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집을 짓는 까치의 마음도 경이롭게 느껴진다. 까치집 이야기를 쓰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굶고 있어도 신경을 쓰지않고 맛있는 것을 찾아 귀한 시간과 돈을 과하게 지불하면서 소화가 안되도록 먹고는 힘들어하는게 우리들이 모습이다. 냉장고 안에는 음식을 쌓아놓았다가 먹을 시기를 놓쳐서 버리는 존재는 인간들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