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실패는 끝이 아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02 04:42 조회수 : 81

실패는 끝이 아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 세 그루의 나무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저마다 한가지의 소원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 나무는 예루살렘 성전 건설에 재목으로 쓰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배하는 하느님의 성전의 한 부분으로 위대한 일에 쓰임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두 번째 나무는 바다로 가고 싶었다. 범선이 되어 사람들의 왕래를 도울 뿐 아니라 온 세계로 두루 다니면서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었다. 세 번째 나무는 그대로 그 자리에 남고 싶었다. 아주 높이 자라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그 그늘에 앉아 쉬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고 싶은게 소원이었다. 


세월이 지나 세 그루의 나무들은 잘려 나가게 되었다. 

첫째 나무는 작은 구유가 되었다. 나귀와 소들의 먹이를 담는 통이 되어 마굿간 한 귀퉁이에 팽개쳐지는 슬픈 신세가 되었다. 두 번째 나무는 큰 배가 싶었는데, 서글프게도 조그마한 조각배가 되어 갈릴레아 호수에서 비린내 나는 생선을 잡고 싣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일이 없을 때는 호숫가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 번째 나무는 그 자리에 그냥 있고 싶었는데 소원과는 달리 찍히고 다듬어져 엉뚱하게도 저주받은 죄인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가 되었다.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세 그루의 나무들은 모두 꿈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원했는데, 꿈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초라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나무들은 자기들의 모습에 견딜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예수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분은 태어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마굿간의 말구유에서 태어났다.  첫 번째 나무였던 그 말구유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눕히는 침대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첫 번째 나무는 큰 영광을 얻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예수가 복음을 전할 때 갈릴래아 호수에 와서 보잘 것없는 조각배에 올라앉아 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때 예수가 올라앉은 조각배가 두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배였다. 그 조각배도 뜻밖의 영광을 얻었다. 얼마 후에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는데, 바로 그 세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에 그가 못에 박혀 매달리셨다. 훗날까지 그 나무는 길이길이 추앙을 받는 십자가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던 꿈이 무너질 좌절과 절망에 몸부림을 친다. 실패로 인해서 자기 인생이 버려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삶은 승승장구하는 같은데 나의 인생만 비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실패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