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끝이 아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 세 그루의 나무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저마다 한가지의 소원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 나무는 예루살렘 성전 건설에 재목으로 쓰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배하는 하느님의 성전의 한 부분으로 위대한 일에 쓰임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두 번째 나무는 바다로 가고 싶었다. 범선이 되어 사람들의 왕래를 도울 뿐 아니라 온 세계로 두루 다니면서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었다. 세 번째 나무는 그대로 그 자리에 남고 싶었다. 아주 높이 자라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그 그늘에 앉아 쉬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고 싶은게 소원이었다.
세월이 지나 세 그루의 나무들은 잘려 나가게 되었다.
첫째 나무는 작은 구유가 되었다. 나귀와 소들의 먹이를 담는 통이 되어 마굿간 한 귀퉁이에 팽개쳐지는 슬픈 신세가 되었다. 두 번째 나무는 큰 배가 싶었는데, 서글프게도 조그마한 조각배가 되어 갈릴레아 호수에서 비린내 나는 생선을 잡고 싣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일이 없을 때는 호숫가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 번째 나무는 그 자리에 그냥 있고 싶었는데 소원과는 달리 찍히고 다듬어져 엉뚱하게도 저주받은 죄인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가 되었다.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세 그루의 나무들은 모두 꿈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원했는데, 꿈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초라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나무들은 자기들의 모습에 견딜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예수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분은 태어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마굿간의 말구유에서 태어났다. 첫 번째 나무였던 그 말구유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눕히는 침대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첫 번째 나무는 큰 영광을 얻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예수가 복음을 전할 때 갈릴래아 호수에 와서 보잘 것없는 조각배에 올라앉아 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때 예수가 올라앉은 조각배가 두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배였다. 그 조각배도 뜻밖의 영광을 얻었다. 얼마 후에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는데, 바로 그 세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에 그가 못에 박혀 매달리셨다. 훗날까지 그 나무는 길이길이 추앙을 받는 십자가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던 꿈이 무너질 때 좌절과 절망에 몸부림을 친다. 실패로 인해서 자기 인생이 버려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삶은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데 나의 인생만 비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실패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