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사람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01 05:07 조회수 : 70
동물이 사람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요즘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너무 지나치면 또 하나의 갈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 ‘길에서 태어났지만 고양이도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는 문제로 이웃끼리 갈등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는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이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이 불편하면 외부주차장을 이용하라’라는 글을 아파트 게시판에 올려서 주민들이 다툼으로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맹자는 자신이 섬기는 왕과 어느 민가의 정자에 앉아서 술을 한 잔하고 있을 때 농부 한 사람이 소를 끌고 그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왕이 ‘그 소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하고 물으니 농부는 ‘제사에 쓰려고 합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왕은 소를 도축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맹자가 이유를 물어보니 왕이 “소가 도축되는 걸 아는지 떨면서 무서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 하고 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그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동물보다는 사람에게 우선해야 합니다”라고 충언하였다.
임금이라면 백성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맹자는 궁궐이나 부유층이 갖고 있는 소와 가축을 잡아서 백성들에게 먹이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리고 “사람이 먹을 것을 동물이 빼앗아 먹어서는 안됩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칸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역시 동물을 학대하고 함부로 죽이는 일은 비윤리적이라고 보았지만 그것은 동물을 잔인하게 대하다 보면 사람에게도 잔인하게 대하게 되고, 동물을 아끼는 사람은 사람도 역시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성 정하상 바오로의 작은 아버지이신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하던 곳에 뱀이 많아서 사람이 해를 입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러자 고을 수령이 주민들에게 뱀을 잡도록 하였는데, 일부 사람들은 뱀도 생명인데 마구 죽이는 일은 나쁘다고 말하자 정약용은 관용은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약용은 '어진 마음'을 뜻하는 仁이란 두 사람(二人)을 나타낸다고 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상대를 해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설명했다. 동물도 소중하지만 그 정도가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