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선택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24 01:26 조회수 : 92
아들의 선택
어제는 성당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인데도 교육관에서 어머님들 몇 분이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하셨다. 이때만 되면 저녁 8시에 어김없이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꾸준히 기도를 하신다. 고3 학생과 재수생을 둔 가정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이다. 아주 오래 전에 동창신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인 났다.
대학입시에 실패해서 밤낮으로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던 아들이 주일에 집에 와서는 부모님께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되니 한 달 동안만 집과 학원을 떠나서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고민 끝에 아들의 제안을 승낙했지만 어머니는 펄쩍 뛰면서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은 하루에 한 번씩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조건으로 아들은 허락을 받았다.
아들은 부모가 주신 돈 봉투를 받아 넣고는 몇 벌의 옷이든 배낭을 메고는 집을 떠났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었다. 누가 자기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다고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들의 가슴 속에서는 희망이 숨 쉬고 있었다. 반드시 자신의 진로에 대한 답을 얻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꿈틀거렸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에 꼭 진학을 해야만 하는가?를 늘 고민해왔다. 그것에 대한 답을 얻어내야만 재수에 대한 의욕이 생길 수 있을것 같았다. 정말이지 또래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니 생각은 하지만 실천할 수 없었던 일을 과감하게 실행한 것이다.
아들은 한 달을 보내고 약속한 날짜에 정확하게 돌아왔다. 거칠은 얼굴이 검게 탔으며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물론 중간에 계속 전화를 했지만 어디를 여행하고 있다는 정도였지 자세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에 부모님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눈물부터 흘렸다.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이 그런 밝은 모습은 한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아들은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과 갖게 된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원하시는 법대를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시골에서는 버스정류소에서 잠을 자봤고 일을 해주고 밥을 얻어 먹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은 장애인 시설에서 묵으면서 봉사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장래를 결정했습니다. 법대가 아닌 신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아들은 사제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떠날 때 받은 돈 봉투를 꺼내 놓았은데 봉투 안에는 부모님이 떠날 때 주신 돈이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