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여유와 은은함이 배어 있는 한복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15 19:13 조회수 : 54

여유와 은은함이 배어 있는 한복


요즘 이웃나라인 중국과 여러가지 문제로 불편하다. 경제, 군사, 정치등 불편할수 있는 요인들이 널려있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와 한복이 한류열풍을 타고 세계 곳곳에 알려지고 유행하자, 자기네 고유 음식과 고유 의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장은 할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상대방은 심히 불쾌해진다. 이유는 분명하다. 오랫동안 중화사상에 물들은 중국인들은 문화든 경제든 전부 자신들과 종속관계였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로 보면 기분은 상하지만 흥분하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각 나라마다 그 민족의 고유한 전통의상이 있다. 전통의상은 그 나라의 독특한 민족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의상이라는 것이 문화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삶과 밀접한 관계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인 한복 역시 다른 민족과는 구별되고 한민족의 고유한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한복은 우리 조상들의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멋이 옷 전체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과 은은한 빛깔로 잘 드러나 있다. 나는 명절에는 어김없이 한복을 입었고 올 추석에도 입고 미사를 봉헌할 것이다. 


우리민족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하얀 옷을 즐겨 입었다. 흰옷을 좋아서라기 보다는 염색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였다. 흰옷은 때가 쉽게 타서 자주 세탁을 하다보니 빨리 헤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조선후기부터 여러 색의 염료를 개발하여 색깔 있는 옷감으로 한복을 만들어 입었다. 천연재료로 색깔을 만드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술학교에서 근무할 때 전통 염료를 만드는 분의 강의를 듣고 나서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한복의 색감에 다시 한 번 더 감동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치마는 외국의 치마와는 달리 ‘입는 옷’이 아니라 ‘감싸는 옷’이다. 외국의 의복은 하나의 고정된 멋만을 표현하는데 반해 고정화되지 않은 한국 치마는 그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나타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복에 느낌은 넉넉함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복을 만들 때는 몸에 꼭 맞게 하지 않고 항상 체형보다 여유를 두고 만든다. 그래서 일할때는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옷이 몸에 붙으면 복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속담도 있듯 한복에 있어서 여유공간은 복이 드나드는 공간, 바로 그것이다. 


한복을 여유롭게 만드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옷물림이라 하여 아버지 옷을 맏형이, 옷을 다시 동생이 물려 입으면서 가족간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했으며 절약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미덕을 몸으로 체득해왔던 것이다. 서구적인 의복이 최고인 것처럼 인식되는 요즘, 자연스러움과 여유가 스며 있는 우리 한복은 그래서 더더욱 귀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