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13 03:26 조회수 : 93
판단력
하느님이 지금 나에게 하나의 능력을 준다고 하신다면 나는 세상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하고 싶다. 사람의 외모로만 한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변수가 너무나도 많기에 한순간으로 한 사람의 영원을 판단하는 경우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선입견이나 좁은 시선으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던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판단했던 적이 다반사였다. 그게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아픔이고 상처가 됐을지 생각했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쉽게 판단하다 보면 오류를 쉽게 범하기 마련이다. 이런 내가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한때는 ‘이 세상에 내 뜻과 맞는 사람은 없다’라고 단정을 지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는 ‘자신’에게만 적용하고, 다른 사람을 향한 신경은 저 멀리 제쳐두면 된다.
오류를 범하게 된 시작 중의 하나가 많이 알수록 판단하기 쉬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적용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이 알기 때문에 틀리게 될 확률도 역시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많이 안다는 이유로 자신을 더욱 믿게 될 것이고, 그러인해 고정관념 역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적합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사실 공부를 많이 하고 경험을 쌓는 것은 그러한 결정에 오류가 적으라고 수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이 배우고 최고의 대학을 나왔고 많은 공직과 경험을 했더라도 엉뚱한 판단을 내려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릴 사람들을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경험해 왔다.
인격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람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지혜와 경험이 필요하다. 선인들의 말씀 중에 ‘본심은 태도에서 나오고, 말에는 마음 씀씀이가 묻어 나온다’라는 격언이 있다. 수십 년간 그 사람을 형성해 온 것들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혜이며 진리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어렵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절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